장사 시작을 마음먹고 실제로 내 가게를 열기까지 약 7년이 걸렸다.
음식을 좋아했고 장사에도 관심이 많았다. 언젠가는 내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도 계속 가지고 있었다.
준비를 안 했던 것도 아니다.
레시피를 찾아 매일같이 음식을 만들어보기도 했고, 식재료 원가를 계산하기 위해 야채 1kg을 10g, 50g, 100g 단위로 나눠 1인분에 얼마가 들어가는지 계산하기도 했다.
어떤 집기와 용기가 필요한지 찾아보고 상권을 분석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시작은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에게 부족했던 것은 장사에 대한 관심이나 정보가 아니라 실제로 돈을 투자하고 책임질 수 있는 경험과 용기였던 것 같다.
댄서에서 요식업으로
처음부터 장사를 했던 것은 아니다.
원래 나는 춤을 췄다.
프리랜서로 활동했지만 어느 순간 내 실력과 경쟁력을 생각했을 때 이 일을 계속 직업으로 가져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20대 초반 군 생활을 할 때는 간부식당 관리병으로 근무했다. 높은 직급의 간부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음식과 서비스를 접했던 경험이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예전부터 이런 일을 완전히 낯설어했던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춤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고민하다가 고기를 배워보기로 했다.
그렇게 동네 마트 정육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가 처음으로 긴 시간 정해진 곳에서 일하게 됐다. 당시에는 하루 약 13시간씩 주 6일을 일했고, 처음 받은 월급은 130만 원 정도였다.
그때는 그것도 원래 그런 줄 알았다.
그래도 일을 배우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 어느 정도 일을 할 수 있게 된 뒤에는 직접 급여를 올려달라고 이야기했고, 1년이 되기 전 월급이 250만 원 정도까지 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장사는 하고 싶었지만 시작하지 못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일을 경험했다.
정육식당에서 고기를 손질하는 육부장 역할을 하면서 매장 관리와 사람을 상대하는 일도 해봤고, 로드 정육점에서도 일했다.
마트 과일가게에서는 팀장으로 일하면서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되는 새벽시장까지 따라가 과일 경매를 경험해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일을 할 때 주어진 일만 하기보다는 그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하는 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경험이 쌓여도 내 장사를 시작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한 번은 휴대폰 케이스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사업을 시도한 적도 있다.
사업계획서까지 만들었고 처음에는 마진도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업의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이 무서워 최대한 적은 자본만 투자했다.
결국 가지고 있던 장비로는 생산량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사업을 포기했다.
장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했지만, 실제로 시작하지 못한 채 다시 직원 생활을 이어갔다.
메뉴와 로고까지 만들었지만 가게를 열지 못했다
그러다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결혼 후에도 나는 식당에서 직원으로 일하면서 고깃집 창업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정말 구체적으로 준비했다.
메뉴를 고민하고 매뉴얼을 만들고 로고도 만들어봤다. 상권도 찾아보면서 어디에 가게를 열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런데도 결국 고깃집을 열지 못했다.
지금 돌아보면 창업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창업을 결정할 만큼의 확신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약 1년 동안 식당에서 일하면서 아내의 매장 일을 함께 도왔다.
그리고 이 시간이 나에게는 꽤 중요했다.
장사를 공부하는 것과 직접 해보는 것은 달랐다
아내의 매장을 도우면서 장사를 가까이에서 경험하기 시작했다.
주문을 받고, 매장을 운영하고, 직원을 상대하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야 했다.
그전까지 내가 했던 창업 준비가 머릿속으로 장사를 배우는 과정이었다면, 이때부터는 실제 장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몸으로 경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중 같은 프랜차이즈에서 운영하던 매장이 양도양수로 나오게 됐다.
7년 동안 나는 언젠가 고깃집을 차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나의 첫 장사는 고깃집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매장이 됐다.
신기하게도 이때는 예전처럼 결정을 내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나는 결국 경험의 차이였다고 생각한다.
약 1년 동안 실제 매장 운영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면서 조금씩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
아마 아내의 매장 일을 돕지 않고 계속 식당에서 직원으로만 일했다면 나는 아직도 장사를 시작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현재는 아내와 함께 매장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장사를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장사를 시작하고 나니 장사를 바라보는 생각도 달라졌다.
나는 이제 장사를 단순히 자신감만 가지고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면 되겠지.’
‘음식이 맛있으면 손님이 오겠지.’
‘잘되는 가게가 이 정도 매출을 하니까 나도 할 수 있겠지.’
이런 생각만으로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의 돈을 투자하기에는 장사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매출이 높다고 반드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공과금, 수수료, 세금 등 실제 장사를 시작하면 생각하지 못했던 비용이 계속 생긴다.
잘못 시작하면 돈만 잃는 것이 아니다.
시간을 잃고 몸도 상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장사는 이왕 할 거라면 영리하게 준비해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권을 살펴보고, 원가를 계산하고, 인건비와 고정비를 따져보고, 얼마를 팔아야 실제로 돈이 남는지도 계산해봐야 한다.
내가 하루 종일 매장에 있어야만 돌아가는 가게인지, 직원과 함께 운영할 수 있는 구조인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장사의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공할 확률을 조금씩 높이고 망할 확률을 하나씩 낮추는 준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장사노트를 시작한다
장사를 하다 보면 가끔 외줄을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기고, 괜찮다고 생각하다가도 갑자기 불안해질 때가 있다.
반대로 해결하기 어려워 보였던 문제를 하나씩 해결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도 있다.
나는 대단한 성공을 이룬 사업가도 아니고 모든 장사의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장사를 시작하기까지 오랫동안 고민했고, 여러 현장에서 직원으로 일해봤고, 지금은 직접 매장을 운영하면서 계속 문제를 경험하고 해결하고 있다.
그래서 장사노트에는 성공하는 장사의 정답을 적기보다 내가 직접 경험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창업 준비부터 상권, 원가와 비용, 매장 운영, 직원 관리,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와 해결 과정, 그리고 사장으로 살면서 느끼는 생각까지.
장사를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내가 했던 시행착오가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박 나는 장사보다 망할 확률을 낮추는 장사.
그게 지금 내가 생각하는 장사이고, 앞으로 이 장사노트에 기록하고 싶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