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준비할 때 고민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업종과 상권이다.
내가 하고 싶은 업종을 먼저 정하고 그 업종이 잘될 만한 상권을 찾아야 할지, 장사할 지역을 먼저 정하고 그곳에 맞는 업종을 찾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나도 장사를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업종도 중요하고 상권도 중요하다.
결국 중요한 건 무엇을 먼저 정하느냐보다, 내가 하려는 장사에 대해 얼마나 알아보고 준비했느냐라고 생각한다.
직원으로 일할 때부터 자연스럽게 봐왔던 것들
상권에 대한 이런 생각이 내가 장사를 시작하고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여러 매장에서 직원으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 것들이 있었다.
장사가 잘돼 하나씩 매장을 늘려가는 사장님도 봤고, 반대로 새로운 매장을 냈다가 잘되지 않는 경우도 봤다.
당시에는 내가 상권을 분석한다고 생각하면서 본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봤다.
사장님이 새로운 매장을 어디에 내는지, 기존 매장과 새 매장의 거리는 어느 정도인지, 사장님의 거주지와 매장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그리고 매장이 늘어났을 때 사장님이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옆에서 볼 수 있었다.
그때는 그냥 일하면서 봤던 것들인데 내가 직접 장사를 시작하고 나니 그런 경험들이 생각보다 많이 남아 있었다.
요즘도 새로운 가게가 생기는 걸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저 업종이 저 자리에 들어가면 오래가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물론 내가 상권 전문가도 아니고 내 생각이 항상 맞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도 그렇게 생각했던 매장이 실제로 몇 달 만에 문을 닫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럴 때면 다시 한번 느낀다.
장사는 무엇을 하느냐만큼 어디에서 하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은 이걸 내 매장을 통해서도 직접 경험하고 있다.
같은 프랜차이즈인데 5km만 떨어져도 달랐다
현재 나는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 두 곳을 운영하고 있다.
두 매장 사이의 거리는 약 5k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브랜드도 같고 파는 음식도 같고 기본적인 운영 방식도 같다.
그런데 실제로 운영해보면 두 매장은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한 매장은 홀과 배달 주문의 비중이 크고, 다른 한 매장은 단체주문의 비중이 크다.
불과 5km 정도 떨어져 있는데도 매출이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찾는 메뉴도 다르고 손님이 몰리는 시간도 다르다.
직접 두 매장을 운영하면서 확실하게 느낀 게 있다.
같은 프랜차이즈 간판을 달았다고 모두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아니었다.
브랜드가 같아도 그 동네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오가는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매장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좋은 브랜드를 찾는 것만큼 그 브랜드가 내가 들어가려는 동네와 잘 맞는지를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상권만큼 내가 운영하기 좋은 상권도 중요했다
상권을 알아볼 때 아무래도 매출을 먼저 생각하기 쉽다.
‘여기서 장사가 잘될까?’
당연히 중요하다.
그런데 직접 운영해보니 나는 여기에 질문 하나를 더 붙이고 싶다.
‘내가 이곳을 몇 년 동안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장사를 하다 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생긴다.
직원이 갑자기 출근하지 못할 수도 있고, 기계나 시설이 고장 날 수도 있다. 갑자기 내가 매장에 직접 가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그때 매장이 집에서 너무 멀다면 그때마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특히 여러 매장을 운영하거나 직원에게 매장을 맡기기 시작하면 이런 차이는 더 크게 느껴진다.
직원으로 일할 때 사장님들이 매장을 늘리는 모습을 보면서 매장과 매장 사이의 거리, 거주지와 매장 사이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봤던 것도 지금 생각하면 이런 이유였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단순히 ‘장사가 잘될 만한 자리인가?’만 보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할 수 있는 거리인지, 오랫동안 관리하기에 무리가 없는지, 내 생활과 함께 가져갈 수 있는 곳인지도 같이 생각할 것 같다.
좋은 상권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가 실제로 운영해야 하는 가게이기 때문이다.
본사의 상권분석도 참고하되 직접 확인해봐야 한다
프랜차이즈를 준비한다면 본사에서 상권을 분석하거나 입점할 자리를 추천해주는 경우도 있다.
본사는 여러 매장을 운영하면서 쌓은 데이터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자료와 의견은 충분히 참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본사의 시스템이 주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본사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과 모든 판단을 맡기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결국 실제로 그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나다.
그래서 본사의 자료를 보더라도 내가 직접 그 지역을 가보고,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다니는지 살펴보고, 내가 하려는 업종이 이 동네와 맞는지 생각해보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직접 상권을 알아볼 때는 소상공인365에서 제공하는 상권분석이나 업종·테마 분석 같은 자료도 함께 참고해볼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매출이 잘 나올 것 같은 자리인지뿐만 아니라 내가 실제로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곳인지도 같이 봐야 한다.
본사의 분석은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지만 최종 결정까지 대신해줄 수는 없다.
결국 선택과 책임은 내가 지게 되기 때문이다.
업종과 상권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같은 프랜차이즈 두 곳을 운영하면서 내가 가장 크게 느낀 부분도 이것이다.
같은 브랜드라고 해도 동네가 달라지면 손님이 찾는 방식이 달라지고, 매출이 만들어지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잘되는 업종’을 찾아서 아무 상권에나 넣는다고 같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좋은 상권이라고 해서 어떤 업종이든 잘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결국 업종과 상권은 서로 따로 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하려는 업종이 그 지역의 수요와 맞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내가 실제로 오랫동안 운영할 수 있는지.
이 두 가지를 같이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알아보고 시작했는가’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업종이 더 중요할까? 상권이 더 중요할까?
지금의 내 생각은 둘 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업종이 있다면 그 업종이 어떤 상권과 잘 맞는지 알아봐야 하고, 내가 장사하고 싶은 지역이 정해져 있다면 그 지역에서는 어떤 업종에 수요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 거주지와 매장의 거리, 내가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 방식 같은 각자의 상황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어느 것을 먼저 정했느냐가 아니었다.
내가 하려는 장사와 그 상권에 대해 얼마나 알아보고 준비했느냐였다.
본사의 자료도 보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내가 직접 가보고, 알아보고, 계산하고 결정해야 한다.
지난 글에서 나는 창업 준비를 ‘성공을 확신하는 과정’이라기보다 ‘망할 확률을 하나씩 낮춰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업종과 상권을 알아보는 것도 결국 그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박이 날 업종과 자리를 단번에 찾아내는 것보다,
내가 모르고 시작하는 것을 하나씩 줄여가는 것.
지금의 내가 다시 장사를 준비한다면 가장 먼저 그렇게 해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