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시작하면 내 하루는 어떻게 바뀔까? | 영업시간과 생활의 균형

자영업을 시작할까 말까 고민할 때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직접 장사를 해보니 장사 영업시간도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 장사를 시작하면 나는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

장사는 업종에 따라 일하는 시간이 정말 다르다.

아침 일찍 시작해서 오후에 끝나는 장사가 있는가 하면, 오후에 시작해서 늦은 밤이나 새벽까지 이어지는 장사도 있다.

어느 시간이 더 좋고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이 나와 잘 맞는지, 그리고 그런 하루를 오랫동안 이어갔을 때 내가 만족할 수 있는지다.

일하는 시간에 따라 내 생활도 달라졌다

예전에 고깃집에서 일할 때는 보통 오후 2~3시쯤 출근해서 장사를 준비했다.

저녁이 본격적인 영업시간이었고 일이 끝나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늦었다.

내 경우에는 당시 술을 좋아했고, 늦은 시간까지 일을 마치고 나면 ‘오늘도 고생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보상심리도 있었던 것 같다.

고깃집에서는 일을 마친 뒤 사장님들과 맛있는 음식에 술 한잔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이 자연스러웠다.

정육점과 과일을 팔 때는 일하는 시간이 또 달랐다.

오전 8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하루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냈는데, 늦게 집에 돌아오면 혼자 술을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돌이켜보면 특정 업종 때문이라기보다 원래 술을 좋아했던 내 성향에 긴 근무시간과 늦은 퇴근이 더해지면서 만들어진 생활패턴에 가까웠던 것 같다.

물론 같은 환경에서 일한다고 모두 나와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내 자기관리가 부족했던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그래도 여러 형태로 일해본 경험을 통해 일하는 시간과 환경이 내 생활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영업시간은 내 하루의 시간표가 된다

몇 시에 일어나는지, 언제 밥을 먹는지, 언제 쉬는지, 가족이나 친구를 언제 만날 수 있는지도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시간이 더 좋은가보다, 그 시간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나와 잘 맞는지를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다.

영업시간은 단순히 가게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이 아니라, 장사를 시작한 뒤 내가 살아갈 하루의 시간표가 될 수도 있다.

쉬는 날이 달라지면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달라진다

고깃집뿐만 아니라 정육점과 마트에서 일할 때도 대부분 일주일에 하루 정도를 쉬었다.

쉬는 날은 주로 평일이었고, 사람들이 쉬는 주말에는 오히려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족들은 대부분 직장인이라 주말에 쉬었는데 나는 주말에 일했다. 평일에 쉬더라도 가족들은 일을 하고 있으니 가까이 살아도 함께 밥을 먹거나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이쪽 일을 하면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가 직접 매장을 운영하면서 많이 달라졌다.

현재는 토요일 낮까지 장사하고 이후에는 쉬며, 일요일은 매장도 쉬는 날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토요일도 직원들에게 맡기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쉴 때 일하는 것이 당연했다면, 지금은 가족들과 쉬는 시간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게 됐다.

최근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런 시간은 이전보다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장사라면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것도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다시 매일 저녁부터 늦은 밤까지 매장에 있어야 하는 장사를 한다면, 장사가 잘되는 것과 별개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에게는 얼마나 벌 수 있는가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얼마나 가질 수 있는가도 장사를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가 됐다.

처음부터 지금처럼 운영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의 모습만 보면 처음부터 이렇게 운영했던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내 매장을 시작하고 처음 1~2년 정도는 나 역시 매장에 직접 상주하는 시간이 많았다.

매장이 조금씩 자리를 잡으면서 직원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을 하나씩 나누기 시작했고, 내가 꼭 해야 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해갔다.

이런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내가 혼자 생각해낸 것도 아니다.

아내가 먼저 운영하던 매장을 함께 경험하면서 사장이 모든 시간 매장에 있지 않아도 운영될 수 있는 구조가 있다는 것을 직접 보고 배웠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운영방식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본 것이다.

그래서 이후 다른 매장을 인수할 기회가 왔을 때도 결정까지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미 내가 원하던 운영방식의 가능성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판단도 빠르게 할 수 있었다.

경험하면서 내 방식이 만들어졌다

장사를 해보면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이 정말 많다.

직원 문제도 생기고,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나가기도 하고, 손님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움직일 때도 있다.

그래서 장사를 할수록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직접 오래 일해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운영방식을 보고 배우기도 하고, 직원을 써보면서 문제가 생기면 다시 방법을 바꿨다.

그렇게 하나씩 경험하고 수정하다 보니 처음에는 막연했던 생각이 조금씩 현실적인 운영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나는 예전부터 사는 대로 살기보다 내가 살고 싶은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장사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하고 싶은 장사를 하되 그 사업이 가진 기본적인 틀은 지키면서, 장사에 내 삶을 무조건 맞추기보다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운영방식을 만들어가는 것.

내가 생각하는 장사의 설계는 그런 의미에 가깝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어떤 이유로 장사를 시작하든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하루가 달라져도 이 장사를 시작하고 싶은가?

직장을 그만두고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퇴직 후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상황은 모두 다르겠지만 장사를 시작하면 지금까지 살아왔던 생활패턴과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주말에 쉬던 사람이 주말에 일하게 될 수도 있고, 저녁마다 가족과 함께하던 사람이 그 시간에 가장 바빠질 수도 있다. 반대로 업종과 운영방식에 따라 이전보다 자신의 시간을 더 만들 수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매출이나 창업비용을 계산하는 것만큼 그 장사를 시작한 뒤 내가 어떤 하루를 살게 될지도 미리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나 역시 여러 일을 경험하고 직접 장사를 해본 뒤에야 이 부분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장사를 시작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시작하기 전에 내가 원하는 장사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장사를 하게 될 나의 삶까지 함께 생각해보자는 이야기다.